과거 중국 봉쇄전략 실패
트럼프 '전략적 연결해제'
전제 조건, 동맹국 인내심
트럼프 '전략적 연결해제'
전제 조건, 동맹국 인내심

환경이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운명을 읽을 수 있는 예지력을 원한다.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머릿속에 담긴 글로벌 안보경제 개념도를 누군가 명쾌하게 정리해주길 바란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추상적인 구호다. 그런데 마가 달성과 중국 봉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대중국 전략 키워드를 안다면 글로벌 판세가 예측 가능하다는 얘기다.
과거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한 단어로 명쾌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선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었다. 바이든 정부 시기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으로 바뀌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명쾌한 개념적 용어가 없다. 최근 비공개 세미나에서 김흥종 고려대 특임교수가 흥미로운 용어를 사용했다. 디링킹(De-linking·연결 해제)이다. 경제 안보면에서 중국을 지구상에서 고립시킨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놓고 벌이는 협상을 보면 '디링킹'이란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디링킹은 공식 용어는 아니다. 다만 기존 전략들의 실패에 따른 학습효과로 디링킹의 등장을 추론해볼 수 있다.
디커플링은 완전한 단절을 추구하는 대중국 봉쇄 전략이다. 디커플링은 처음부터 실패를 예고했다. 목표는 완전 단절이었으나 협상 과정에서 단기적 실리를 챙길 수 있다면 언제든 해제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1기 당시 중국에 요구한 이행조건들은 견고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의 산업보조금을 없애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반대 급부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끼워 넣었다. 글로벌 공급망 구조를 재편하는 것과 미국의 단기적 이익 추구가 뒤섞인 셈이다. 대중국 압박도 동맹국과 견고한 연대가 아닌 미국 주도의 일방적 공세였다. 미국의 허세를 간파한 중국은 합의사항을 온전히 이행하지 않았다.
치밀하지 못한 디커플링 전략에 피해를 본 건 유럽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다. 미국의 눈치를 보며 어설프게 디커플링에 동참했다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경제가 휘청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되, 무역 관계는 유지하자"면서 디커플링을 폐기하고 디리스킹으로 전환을 역설한 이유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동맹·우방의 처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 대안으로 중국에 무분별한 기술 수출 통제 대신 필요한 분야를 강력 통제하는 제한적 디커플링, 즉 디리스킹으로 선회했다.
새로운 보안관으로 되돌아온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실패를 용인하지 않을 태세다. 그래서 과거의 접근법과 완전히 다르면서 실현가능한 디링킹 모델을 고민했을 것이다. 전략적 실행 관점에서 1xbet 우회 주소은 급진적인 반면, 디리스킹은 유연하고 현실적이다. 이와 달리 디링킹은 단계적이라는 점에서 과정에 충실하다.
주도하는 국가들 간 연대 면에서도 치밀하고 입체적이다. 1xbet 우회 주소은 미국과 중국 간 일대일 격돌 구조였다면, 디리스킹은 동맹국이 규합하면서도 사분오열됐던 게 사실이다. 이와 달리 디링킹은 미국이 주도하되 동맹국들에 일대일 협상을 통해 중국과 교역을 끊으라는 회유와 압박을 한다는 점에서 주도면밀하다.
그렇다면 디링킹의 성공 확률은 어떨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1xbet 우회 주소에서 디리스킹으로 후퇴했던 원인에 답이 숨어 있다. 바로 인내심이다. 미국의 기업들과 시민들이 중국 봉쇄에 따른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피해를 버텨내는 게 관건이다. 뉴욕 증시와 미 국채가 흔들리자 트럼프 대통령이 부랴부랴 "당분간 버텨야 한다"고 독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맹국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동맹국들이 중국과 교역 단절로 성장 침체에 빠지고 미국 이익을 위해 자국민들이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면 내부 저항은 불 보듯 뻔하다. 반면 중국은 사회주의체제 아래 집단주의로 똘똘 뭉쳐 고통을 감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미국이 인내에 대한 통 큰 보상을 약속하지 않는 한 디링킹도 용두사미에 그칠 운명이다.
조창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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